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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벤처스 임지훈 심사역 강연 후기

과학기술

by 편집국장 2008. 11. 2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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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재무추정은 보수적인 것이다,”, “시장 크기는 3년 이내에 수천억 규모가 될 것이다.”, “대기업과 논의가 끝났고, 다음주면 P/O가 나올 것이다.”, “투자가 되면 업계의 Guru가 join하기로 되어 있다.”, “우리가 하는 사업은 아무도 안 한다.”, “우리만이 본 사업을 할 수 있다.” “지금 여러 VC들이 투자한다고 난리다.”, “대기업A’는 본 사업을 하기엔 너무 크고 느리다.”, “우리는 Proven된 경영진이다.”, “특허로 모든 것을 보장받는다” 이것이 기업가가 하는 열 가지 거짓말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나도 해 본 말들인 것도 같다. 거짓말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정말 그렇다고 믿어서 기업가들은 이런 말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떻게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서..

 그러나 이런 말들은 나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저런 말들을 내세울 수 있다고 해서, 그 기업이 잘난 것은  아니었다. 누구나 하는 말들.. 또는 누구나 하는 거짓말들이기 때문이다. 벤처 캐피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만나는 기업가마다 저와 같은 소리들을 계속 반복해댄다. 과연 흥미롭게 들릴 수 있을까? 그래서 벤처캐피탈에서는 객관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지표를 중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벤처 회사의 경우, 지표에는 충실치 못하고, 대신 말로만 비전을 이야기하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도, 적정 인력을 구하거나 유지하지 못해서 개발되지 않으면 그 무슨 소용이 있으며, 아무리 개발이 되어도, 홍보가 부족해서 사람들이 몰라주면 그 무슨 소용이 있고, 아무리 홍보가 잘 되어 사용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수익모델이 약해서, 돈이 되지 않는 사용자뿐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벤처캐피탈의 입장에서는 EXIT가 중요하다. 투자금을 회수하길 바라는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그 기업이 어떤 재무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계획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볼 것이다. 그런데 말만 많았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현실적인 노력도 없었다면, 그 기업은 당연히 투자대상이 될 수 없다. 이는 당연한 것임에도, 여기서 투자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억울해하고 벤처캐피탈과 사회에 불만을 품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의 10가지 거짓말에 자기 자신이 도취되거나 속아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벤처 캐피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벤처캐피탈의 문을 두드리는 그 어느 누구나 그럴듯한 말만 떠들어댈 분, 실제적인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런 기업에 나의 돈을 선뜻 투자할 수 있겠는가? 기업가가 하는 10가지 거짓말만 믿고 투자를 한다면, 우리나라에 투자받지 못할 벤처회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좋은 아이디어, 참신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현실상, 기본적인 여건들이 뒷받침되지 못하여, 지표를 만들어 낼래야 만들어낼 수 없고, 말로밖에 자신들을 내세울 수 없는 젊은 기업가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들 중에는 아주 기본적인 여건만 제공되더라도 얼마든지, 지표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기본 여건조차 제공되지 않아서 자신의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채, 쓰러져가는 젊은 벤처인들의 현실이 아쉽기도 했다.

 아마 해외에서의 투자 환경은 조금 다를 것이다.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더 도전과 모험이 장려될 수 있는 환경인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투자를 받아야 생존하는 벤처 기업가들과, 엑시트가 보여야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양측의 이해관계 속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역시 쉬운 문제는 아닌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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