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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 로렌스>의 거짓말

역사&문화/Talk to History

by 편집국장 2017. 12. 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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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거장 데이비드 린 감독이 미국 자본으로 만든 70MM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는 사막의 아름다움과 영웅의 열정, 그리고 감동을 담은 세기의 걸작이다.

 
여기에 사막을 종횡무진하는 영국인 T . E . 로렌스가 있다. 그는 아랍인들의 독립을 위해, 외세배척을 위해 아랍인들을 이끌고 몇 안되는 군사로 연전연승을 거두며 아랍인들의 존경심을 얻는다. 그러나 아랍인들의 독립을 위한 명목으로 시작된 이 아랍반란이 끝난 직후, 영국이 약조를 어기고 아랍인들의 독립을 인정해주지 않자, 회의를 느낀 로렌스는 양심에 따라 장교를 그만두고 오토바이 사고를 내서 사망하며 불꽃같은 인생을 마감한다. 
 
 
아름다운 금발 머리와 푸른 눈을 가진 그는 현대영웅의 초상으로 남았다. 로렌스에 대한 이 이야기들은 그의 저서 <일곱 가지 지혜의 기둥>과 <사막의 반란>에 기초한 이야기들이다.

  "아랍인들은 영웅으로서의 로렌스는 전혀 모른다."

  영웅은 만들어진다. 로렌스 또한 그런 부류 중 하나이자 자신의 거짓말로 거짓된 역사를 완성한 인물이다. 로렌스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그의 입과 그의 저서로써 밝혀진 이야기들이지 다른 사람의 증언은 없다. 그에 대한 사진을 비롯해 몇몇 자료들이 있지만 그가 아랍반란의 선두를 지휘한 영국인 지도자라는 증거는 일절 없다. 결국 당시 아랍인들의 증언을 통해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아랍인들은 로렌스가 누군지 모른다고 한다. 이것은 도대체 어찌 된 사실인가?

  아랍반란의 주역은 로렌스가 아니다. 파이잘 왕자의 아버지인 후세인왕 휘하에 있던 아랍인청년들이었다. 
 
 (당시 영국은 아랍반란의 전면에 나선 적이 없었다. 외교사절단 몇명, 보급물자 몇몇, 전쟁경과를 보고해주는 종군기자 몇명. 이 정도가 아랍에 대한 영국의 모든 지원이었다. 영국은 1차대전 터키와의 싸움에서 위기를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아랍이 뒤를 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을 뿐 아랍의 독립을 생각하진 않았다. 파리강화회의에서 아랍의 독립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나, 맥마흔 선언으로 아랍의 독립을 보장하고서도 밸포어 선언을 하여 이스라엘 건국의 기초를 세우게끔 빌미를 줘 아랍인들을 기만한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무식한 아랍인들은 처음에 그 사실을 믿었다.)

 
로렌스는 파이잘 왕자와 만나 그의 군대를 이끌고 선봉에 서서 전략을 지휘했을까? 이것 역시 거짓말이다. 파이잘군의 지휘관은 이라크인 장교들이었으며, 모든 군단은 아랍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그렇다면 최후의 다마스쿠스 해방은? 이것은 성 안에 있던 아랍인 지도자들과 후세인왕 지휘하 장교들의 내통으로 이룬 승리였다. 이런 자리에 로렌스는 낀 적도 없을 뿐더러 그가 활약할 무대는 없었다. 아랍반란의 모든 것은 아랍인들끼리 이룩해낸 것이었다.

 
로렌스의 이야기를 알게 된 아랍인들측에서는 이러한 로렌스 신화가 너무나도 의심스우며 있지도 않은 사실이라고 이야기 한 바가 있었다. 아랍반란은 많은 아랍인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 그런데도 한 영국장교가 영국으로 귀환한 그 날부터 아랍반란의 모든 공로가 로렌스에게 돌아가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하였다.

  그렇다면 로렌스는 누구인가?

  로렌스는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중동 문명에 관심이 깊던 사람이었다. 그는 1차대전에서 영국 외교사절단의 외교관을 맡았고, 아랍반란의 경과를 영국에 계속해서 제공하는 중재자이자 종군기자 수준이었던 인물이다. 전쟁에 나선 적은 전혀 없으며, 일부 아랍 장교들의 눈에 띈 적 조차 없었다.

 아랍인들은 그를 기억한다. 그는 후세인 왕에게 1921년 팔레스티나에 유태인들의 독립국가를 가지게끔 보장한 '밸포어선언'을 인정하라고 협박적인 외교를 한 인물이었다. 영국의 무력을 등에 엎고 후세인 왕을 협박한 더러운 영국인 외교관. 이것이 아랍인들이 기억하는 로렌스의 모든 것이다.

 슐레이만 무서라는 작가가 있다. 그는 <아랍이 본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저서를 출판한 적이 있다. 로렌스에 대한 허구를 알리고 진실을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시도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데이비드 린의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너무나도 확고하게 로렌스의 이미지를 완성하였으며, 서구인들이 기록한 역사를 세상은 무조건 믿었기 때문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명백한 역사왜곡이자 아랍인들에 대한 모독이자 기만이다. 지금 사전과 미디어, 모든 검색 매체에서 로렌스를 찾으면 그는 아랍반란의 영웅. 아라비아의 로렌스. 이런 모습으로 그려진다. 보여지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사실과 역사는 다르다. 하지만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너무나도 서구 우월주의적인 사고방식과 아랍의 미개함과 열등함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예이다. 이것에 대해 우리는 어떤 딴지조차 걸어보지 않는다. 우리 역시 서구 우월주의 이데올로기에 우리도 모르게 쪄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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