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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내쫓기는 그들…대책은 있나?

시사

by 편집국장 2011. 8. 2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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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가 시작된 첫날, 노숙인을 쫓아내려는 코레일과 노숙인 사이에 큰 충돌을 없었지만 양 측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열차 운행이 끝난 22일 새벽 1시 30분쯤 코레일 측은 경비 인력을 동원해 노숙인들의 서울역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퇴거 조치 과정에서 특별한 충돌은 없었으며 이미 퇴거 조치가 예고됐던 터라 역사에 아예 들어가지 않고 광장 등 외부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가지 않으려고 숨바꼭질을 하는 일부 노숙인들을 서울역 직원들이 찾아 헤매는 모습도 보였다.

 

열차 운행이 재개된 새벽 4시 30분 이후에도 침낭 등을 들고 역내에 출입하려는 노숙인들은 제지를 당했다. 역사가 폐쇄되는 새벽 1시 30분부터 4시 30분 사이는 물론, 열차 운행이 재개된 뒤도 역 안에서 잠을 자는 행위를 막겠다는 게 코레일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퇴거 지시에 순순히 따르면서 큰 충돌이나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계속 야간 출입을 저지할 것이고 낮에도 노숙인들의 출입은 허락하되 잠을 자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역의 퇴거 조치에 대해 노숙인 대다수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무기력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요즘이야 날씨가 괜찮지만 비가 오거나 추워지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걱정스러운 기색이역력했다.

 

15년 동안 서울역에서 지냈다는 노숙인 남모(50)씨는 “지난밤 서울역 직원들이 내보내 나왔다가 바깥이 쌀쌀해 2시30분쯤 2층 역사로 몰래 올라갔다. 1시간쯤 뒤 직원들이 다시 돌면서 깨워 다시 나왔다”고 말했다.

 

김모(49)씨는 “안 나가고 버티면 경찰서에 갈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노숙인들 사이에서 돌아 그냥 나왔다”며 “역 안에서 못 자게 돼 근처 지하도로 옮기거나 서울역 대형상점에 설치된 가림막 아래에 자리를 편 노숙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야 잠자리가 좀 불편해진 것 뿐이지만 날이 추워지면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겠다”며 “서울역이 이런 조치를 시작했으니 영등포역 등 다른 역도 똑같이 할 게 분명해 앞날이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하모(48)씨는 “집은 없지만 일용노동이라도 하며 착실히 돈을 모으려 하는데 최근에 계속 비가 와서 일을 나갈 수가 없었다. 많은 노숙인이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려는데 술 먹고 행패 부리는 일부 노숙인 때문에 서울역에서도 우리를 내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에 모여있던 노숙인 중 일부가 “지저분하고 시끄러워 우리를 내쫓는 게 당연하다. 가진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밑바닥 인생이 다 그렇다”며 자조적인 모습을 보이자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다른 노숙인이 “그럼 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냐”고 언성을 높여 다투는 모습도 보였다.

 

내몰린 노숙인들은 역 주변에서 서성이거나 다른 역으로 옮겨간 뒤 날이 밝아오자 다시 역 앞 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울역을 찾아오는 밥차에서 끼니를 떼우거나 일용직 일자리라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종승 서울역장은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퇴거 조치를 계속 시행하고 역사 안에서 자리를 깔고 잠을 청하는 행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단속할 것”이라며 “노숙인 문제는 역사 안에서 재워준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자체 등 관계부처에서 재활 지원과 쉼터 제공 등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 철회·공공역사 홈리스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철도공사와 서울역은 노숙인 생존권을 박탈하는 퇴거 조치를 당장 중단하고 노숙인 인권보호와 복지 지원을 통해 책임 있는 공기업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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