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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 징역…아내 박유진 팀장은 탄원서 보내?

시사

by 편집국장 2009. 10. 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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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대표가 횡령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는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디시인사이드' 대표 김유식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김씨가 디시인사이드 등의 대표 지위를 이용해 여러 차례에 걸쳐 자금을 횡령해 소액주주 등 다수에게 피해를 줬고, 피해금액도 거액인 점을 고려할 때 엄중한 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김대표는 지난 2006년 11월 디시인사이드가 코스닥기업인 IC코퍼레이션을 인수한 뒤 유상증자 등을 통해 500억원을 모으는 과정에서 7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습니다.

한편 김대표의 아내인 디시인사이드 뉴스팀장 박유진씨가 재판부에 남편의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보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아래는 재판부에 보낸 박유진의 <탄원서 전문>입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저는 현재 (주)아이씨코퍼레이션의 횡령 및 배임 건으로 조사 중인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의 아내 박유진입니다. 저와 남편은 디시인사이드가 만들어졌던 2000년 1월, 제가 디시인사이드에 입사하며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디시인사이드 창립 멤버로 지금까지 디시인사이드의 직원으로 함께 일을 하고 있으며, 남편이 지금의 디시인사이드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시 남편은 아현동 산자락에 위치한 작고 낡은 아파트에서 직원 2명과 함께 조그만 개인 사업을 운영하였습니다. 그때 처음 만들어진 사이트가 지금의 디시인사이드입니다. 마루에 놓여진 컴퓨터 3대가 전부인, 회사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사업체였지만, 남편과 직원들에게는 꿈이자 희망이었습니다. 벤처 투자 열풍이 사라질 무렵, 제가 입사한 지 2개월 만에 운 좋게도 투자를 받을 수 있었고 그해 3월, 회사는 법인 전환을 하게 되었습니다. 투자 회사에 함께 갔던 저는 투자를 받아 나오는 남편의 가슴 벅찬 그 환한 웃음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투자받은 금액으로 사무실을 넓힐 수 있었고 직원들도 10여 명으로 늘어나는 등 디시인사이드는 점차 회사다운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사이트가 점차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매출이 증가할수록 전 직원들은 새벽까지 일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회사가 성장하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 뒤편에는 ‘사장’이라는 권위적인 모습 없이 직원과 똑같은 모습으로 새벽까지 함께 일을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회사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꿈을 안겨줬던 ‘김유식’이란 사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직원들을 가족처럼 여겼고, 외부에서 어떤 귀한 선물이 들어와도 여느 회사처럼 사장 개인이 취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욕심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이 회사에 갖고 있는 애정은 단순한 사장, 그 이상입니다.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올라오는 수천 여 개의 글을 보며 관리를 하고, 그 글에 일일이 댓글을 남기며 사이트 이용자와 소통하는 모습은 사이트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저 역시 남편과 함께 일을 하며 그가 갖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과 회사에 대한 애정, 사이트 이용자와 직원들에 대한 배려심과 정직한 모습에 반해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편이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옷을 갈아입는 것도, 손을 씻는 것도 아닌 컴퓨터를 켜고 회사 사이트를 열어보는 것입니다. 사이트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이용자들의 불만은 없는지 직접 살펴보고 나서야 자신의 시간을 갖는 사람입니다. 

 디시인사이드는 그렇게 그의 애정과 열의, 젊은 날을 다 바쳐 만든 곳입니다. 남편이 건설회사였던 (주)IC코퍼레이션을 인수하면서 바란 것은 오직 디시인사이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그 믿음 하나였습니다.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서버를 빌려쓰고 있는 상황에서 사이트를 더 키우기 위해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투자의 조건으로 인수하게 된 회사가 (주)IC코퍼레이션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상장사를 인수했다고 큰 돈을 번 것처럼 얘기했지만, (주)IC코퍼레이션을 인수한 후 단 한번도 풍족한 생활을 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재산이라고는 신혼집이었던 문래동에 있는 1억 6천만 원의 전셋집이 전부일 정도로 인수 전과 후, 정말 똑같은 생활을 해왔습니다. 남편 역시 검소한 사람이라 평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가용도 10년 전에 처음 산 차를 지금까지 타고 있으며, 바지 하나도 십년을 입는 사람입니다. 여느 대표라면 취미생활로 한번쯤 해봤을 골프채 한번 잡아본 적이 없고, 취미라는 게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컴퓨터 게임이 다일 정도로 인터넷 외의 일에는 관심도 욕심도 없습니다.

  남편은 공과 사가 분명한 성격으로 저와 밥을 먹을 때도 법인카드 한번 써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성격의 남편은 (주)IC코퍼레이션의 임원들이 회사법인 카드로 와이프의 명품 핸드백을 사고 술 값으로 몇 천만 원씩 쓰고 다니는 것을 얘기하며 뭔가 잘 못된 것 같다는 얘기를 누차 해왔습니다. 법인 카드의 내역은 지금이라도 확인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주)IC코퍼레이션을 인수했던 1년 동안 남편의 흰머리는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늘었습니다. 남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순간들, 잘 못된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남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남편은 회사를 인수했던 스스로를 원망하여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밤새 잠도 이루지 못하고 한 숨만 쉬는 날들을 보냈습니다. 귀가 얇아 남의 말에 쉽게 넘어가고 정이 많아 모질지 못한 남편의 성격이 잘 못이라면 잘 못일까요?

  그리고 결국 이렇게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남편이 (주)IC코퍼레이션으로 걱정을 할 때도 저는 남편이 누구보다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성실히 회사만을 위해 일했던 사람인 것을 알고 있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엉뚱한 사람들의 배를 불린 채 힘들게 키워온 디시인사이드는 한 순간에 사라져버리고, 서버 비용과 직원들에게 지급된 월급은 횡령금으로 둔갑해 버렸습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의 죄까지 다 남편이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저는 넉넉한 집안에서 자라지는 못했지만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친구들의 메이커 옷을 부러워 한 적도, 그런 가정형편을 두고 부모님께 불평한 번 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부모님께 너무나 죄송스럽지만 넉넉한 집에서 태어나지 못해 남편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에 처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건설이라고는 일절 모르는 남편을 바지사장으로 앉혀두고 불법적으로 돈을 갈취한 사람들은 큰 돈을 들고 해외로 도피해 호의호식할 때, 남편은 변호사 비를 댈 돈도 없어 검찰 조사 시에 혼자 응해야했습니다. 남편의 억울함을 알기에 담담히 기다렸지만, 인터넷 유명세를 치루 듯 남편은 어느새 사람들에게 70억 횡령범으로 낙인찍혔고 남편은 그에 대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 남편을 위해 고작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결혼 전부터 집 장만을 위해 모았던 적금을 털어 변호사비 일부를 대주는 게 다임이 마음 아플 뿐입니다. 뛰어난 언변도, 글 실력도 안돼 남편의 상황을 제대로 변호할 능력도 안 되지만 남편의 검소함과 착실함, 이것만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인터넷 사업을 하며 누구보다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사랑하고 그것밖에 몰랐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뛰어들어 기업사냥꾼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남편의 무지함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남편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크게 뉘우치고 죄 값을 받겠다고 합니다. 남편이 하지 않은 죄까지 억울하게 받게 되는 일만은 없도록 부디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대한의 선처를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바쁘신 중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시인사이드  박유진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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