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미네르바 지고, 미네르박 뜬다!

시사

by 편집국장 2008. 11. 25. 14:42

본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논객, 미네르바가 결국 정권의 뒷조사와 압력에 못 이겨서 절필선언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경제위기에 관련된 많은 예측을 내놓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적중하는 놀라움을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내고 화제의 중시에 섰습니다만, 절필선언으로 많은 분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실 것 없을 듯합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몰아내고, 별이 지면 또 새로운 별이 뜨듯이 미네르바가 사라진 그 자리에 새로운 예언자가 있으니... 그 이름도 자랑스러운 '미네르박' 되시겠습니다. 바로 이 분!

 '왜 내가 이런 사진을 봐야 하는가'라면서 진중권 씨가 말했던 '아침에 재수 있을 권리'를 뺏겨서 불쾌해 하실 분도 있으실 텐데 그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호랑이가 사라진 굴에는 여우가 왕이라는 속담이 있죠. 미네르바가 절필선언을 하자 미네르박이 요즘 필이 확 꽂혔는지 계속 경제에 대한 예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해외 체류 생활을 오랫동안 한 적이 있다는 미네르바와는 달리 미네르박은 해외를 돌아니면서 예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어제 미국 LA에서 있었던 동포 간담회에서 미네르박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예측을 쏟아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예언한 내용을 잠시 감상해 보실까요?

"위기는 해결될 것... 빠른 나라는 빨리, 늦은 나라는 늦게, 그래도 3년 이상 가지 않을 것"

"국내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나 지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 1년 이내에 부자가 된다. 사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원칙이 그렇다"

"그러나 세계가 모두 어려울 때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위기를 탈출하고 도약할 것으로 믿는다"

"2-3년 후에는 전세계가 한국이 위기 속에서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배워야 할 것"

이 정도면 미네르바가 울고 갈 정도로 대단한 예언입니다. 아마도 미래를 예견하는 천재 대통령을 자처했던 허경영도 이 정도까지는 안 될 겁니다. 물론 미네르박의 예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죠. 어떻게 보면 미네르바보다도 오히려 더 활동을 먼저 시작한 분입니다. 가장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미네르박의 예언은 아마도 작년 12월에 했던 이 예언일 것입니다.

"정권이 교체되면 내년에 (주가지수) 3000을 돌파하고 임기 안에 5000까지도 갈 수 있다"

또한 올 9월에는 이런 예언으로 또 한번 유명해졌습니다.

"나는 직접 투자가 불가능하지만 간접투자 상품(펀드)이라도 사겠다"

그래서 한때 '미네르박 펀드'가 화제가 되었습니다만 아직까지 미네르박은 펀드를 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또한 11월 20일에는 페루에서 이런 예언을 남기셨지요.

"지금은 대한민국이 13대 경제대국이지만 머지않아 7대 경제대국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7대 경제대국이 되면 한국말을 알아야 한국과 거래도 하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올 초에 우리나라가 새 대통령 임기 동안 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 강국 진입이라는 예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오히려 예언의 수에서는 미네르바를 뛰어넘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미네르바의 인기에 가려져서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것 뿐이지, 미네르박야말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진정한 예언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렇게 반발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아니, 미네르바의 예측은 상당수가 놀라울 정도로 적중했지만 미네르박은 예언해서 맞춘 게 뭐가 있냐?"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원래 예언자들은 그렇게 직접적으로 떠먹여 주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예언자의 세계에서 미네르바처럼 친절하면서도 직접 예언 내용을 알려주는 사람들은 하수에 속합니다. 미네르박의 예언이 빛나는 이유는 바로 '반어법' 속에 진정한 예언의 내용을 숨기는 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네르박의 저 유명한 '주가지수 3000' 예언을 되새겨 보시지요. 주가가 2000대를 찍고 있을 때 2008년 안으로 1000이 더 올라간다는 예언을 했습니다만, 결과는 정확히 반대로 되어 1000이 내려갔습니다. 미네르바는 '주식을 팔라'고 핬지만 미네르박은 '주식을 사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네르박의 진짜 속뜻을 아는 분들이라면 사실 이 두 예언자의 말이 같은 내용이란 걸 알아챌 수 있을 것입니다. 미네르박의 진가는 예언의 진짜 내용을 이렇게 사바세계의 중생들(아차 실수, 미네르박은 기독교인인데...) 아무튼 사람들은 쉽게 알 수 없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미네르바와 미네르박은 같은 듯 다른 듯 한 점들이 꽤 있습니다. 미네르바는 해외 체류 생활을 했지만 미네르박은 해외에서 태어났다는 점, 미네르바는 금융업에 종사했지만 미네르박은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나름대로 경제의 중심에 있었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항간에는 미네르바가 대한민국 0.1% 최상류층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미네르박야 확실한 0.1%지요.

아무튼 미네르바라는 라이벌이 사라진 지금, 예언자 미네르박은 앞으로도 우리 경제에 대해서 더 많은 예언을 쏟아내서 많은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그의 말에 숨겨진 진정한 예언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벼랑 끝에서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이요, 진정한 속뜻을 알아채는 사람들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나저나, 미네르박은 언제쯤 절필선언을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절필선언을 기대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누가 압력 좀 안 넣어주나...                                            Eau Rouge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