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벌써 1년 반이 되었다. 그동안 학교답사를 통해 한국의 이곳저곳을 가봤고 많은 것도 직접 체험하였기에 어느 정도 한국생활과 한국문화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 가운데 내게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은 한국 사람의 집단적인 의식과 술 문화였다.
한국인들은 홀로 조용히 지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처음에 와서 보기에 한국에서는 집단적 의식과 사회만 존재하고 마치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중요한 결정을 혼자 내리지 못하고 혼자 즐기지도 못하는 모습도 가끔 보게 된다. 그 가장 큰 예로, 한국 사람들은 대화 중 ‘우리’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우리나라, 우리 동네, 우리 회사는 물론이고 심지어 우리 어머니, 우리 언니, 우리 아이라는 말까지 빈번하다.
베트남에는 공동사유가 개인사유와 잘 구별된다. 나라나 국가나 고향이나 민족과 같은 넓은 범위나 많은 사람이 같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말할 때는 ‘우리’라는 말을 붙이고 반면 개인이나 가족과 같은 작은 범위에는 ‘우리’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 우리 고향, 우리 회사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우리 어머니, 우리 언니, 우리 아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개인의 존엄성과 창의성도 무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또 다른 예로 한국 사회에는 모임문화가 특별히 많다. 내가 다니는 대학원만 하더라도 개강·종강모임부터 학과모임, 전공모임, 동기모임, 신입생모임 등 여러 가지 이름을 붙인 모임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좁은 대학원에서도 이렇게 많은 모임이 있어서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자동으로 참석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사람을 다른 모임에서 만나는 경우도 매우 많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모임은 같은 취미나 관심을 가진 동호회 또는 클럽의 정도만 있을 뿐인데 한국은 하나의 사회집단에서도 여러 가지 사유가 존재한다. 이렇듯 모임이 많다 보니 당연하게 회식과 술자리 또한 많게 된다. 여기에서도 한국 문화만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술 문화는 좋고 나쁨을 떠나 한국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모임 속에서도 친분을 쌓는 가장 큰 원인은 회식을 통한 술자리라고 할 수 있다. 술은 보통 스트레스와 피로를 푸는 한 가지 방법이다. 하지만 음주는 좋은 습관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의 생각에 음주는 그들의 생활양식의 일부로 나쁜 습관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다. 모임의 친분을 쌓는 과정에서 당연한 것이고, 술이 들어가야 모임이나 놀이가 더 즐거워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베트남 사람들도 술을 마시지만 ‘술 문화’와 같은 정의가 전혀 없다. 그 대신 ‘차 문화’가 좀 강한 편이다. 베트남에는 결혼식, 장례식, 제사와 같은 중요한 일들부터 쉬는 시간에 친구와 교섭하는 것과 같은 보통 일들까지 모두 다 ‘차 문화’와 긴밀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이러한 차 문화는 한국의 술 문화처럼 인간관계를 맺거나 우정을 다지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글 : 당람장 베트남인·한국학중앙연구원 석박사 통합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