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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 한국 대중음악의 오래된 미래

연예

by 편집국장 2017. 12. 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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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 소년 장기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배철수 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 사람은 말하는 게 참 음악처럼 들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나이를 먹은 청년 장기하, 어느새 자신도 음악처럼 말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노래를 하기로 마음을 먹은 그는 "역시 가수는 외모가 중요하지"라 생각하여 그렇게 얼굴이 괜찮은 음악인들을 수소문하던 중 운 좋게도 실력마저 출중한 정중엽(베이스/코러스), 이민기(기타/코러스), 김현호(드럼/퍼커션/코러스)를 만나 '장기하와 얼굴들'을 결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하게 찾은 댄스홀에서 똑같은 복장으로 무표정하게 춤을 추고 있는 이름 모를 두 여인을 만나 "역시 가수에겐 율동이 필요해"라는 깨달음을 얻고 삼고초려, 어렵사리 거물 섹시 코러스단 '미미시스터즈'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진용을 구성했음에도 불구, 그들은 아이돌의 길이 아닌 음악과 율동을 갈고 닦는 착실한 음악인의 길을 택했다. 그 결과물이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추구하는 개념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와 함께 만들어 낸 싱글 음반 '싸구려 커피. '옛날 사운드의 아련하고 흥겨운 향취와 함께 독창적인 가사와 음률이 담긴 본 음반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장기하와 얼굴들은 데뷔 첫 해 '10회 쌈지싸운드페스티벌 숨은고수' 'EBS 스페이스 공감 9월의 헬로루키' 등에 선정되는 한편, 쌈지싸운드페스티벌 현장에서는 "대략 장교주의 부흥회가 아닐 수 없다!"라는 스펙타클한 무대를 연출하는 등,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음은 그들의 등장에 따른 각 계의 반응

"배철수의 타령과 R.ef의 랩을 아우르며 한국가요의 문법을 꿰뚫는 독창성의 음악" - 음식애호가 정덕구
"랩이나 노래나 개그임. (약간)" - 세곡초 6학년 김동수 어린이
"장기하의 음악을 연주한다는 건 팔이 빠질 것 같은 경험이다" - '얼굴들' 노조위원장 이민기
"사위 삼으면 딱 좋겠다" - 봉천동 쑥고개슈퍼 양미자
"대중성이 빵점이다." - 프로듀서 나잠수
"나잠수씨 사람은 참 좋은데." - 신인가수 장기하
"싸구려 커피는 얼마짜리 커피인가요?" - 자판기 엔지니어 문배용
"........" - 미미시스터즈

그리고 장기하하와 얼굴들의 노래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곡.


1. 싸구려 커피 (작사/작곡/편곡/연주 장기하)

"벽장 속 제습제는 벌써 꽉 차 있으나 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어느새 수백번 돌려듣고 있다'는 중독성을 자아내는 힛트곡. 축축하고 너저분한 일상이 팽팽한 통기타 라인 위에 장기하 특유의 부르는 것도 아니고 읊조리는 것도 아닌 요상한 스타일로 얹혔다. 모 라디오 DJ로부터 '기존의 한국 랩이 외국 랩의 형태를 따다가 거기에 한국어를 적용한 셈이라면, 장기하는 한국어의 자연스러운 말하기에서 출발한 새로운 형식의 랩을 만든 것'고 극찬을 받은 중간부의 랩이 백미.



2. 달이 차오른다 가자(작사/작곡/편곡/연주/장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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